▲ 권영이 고문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 전자, 반도체, 조선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일본의 절대 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 왔다.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보복 조치로 촉발된 어려움을 정부와 국민이 단합해 극복해 가자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신조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비난하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비판하며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은 양국 국교 정상화의 근간인 국제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며 계속 한국을 비판하고 한국이 제대로 된 답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 논의가 어렵다고 했다. 더구나 다음 달부터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겠다고 한다. 백색국가란 우방국으로 간주해서 수출 허가를 간소화해주는 국가인데 여기에 체코, 불가리아, 아르헨티나가 속해 있어 우리나라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속내를 보였다.

이렇게 한·일간 경제 전쟁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시간에 문제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업계는 일본발 수출 규제가 장기화돼서, 생산 차질이 초래되면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일본과 경제전쟁초기인데도 7월 들어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가 추락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무서운 한·일 간 경제 전쟁이 불붙었는데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총대를 메고 국민들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SNS정치선동으로 대책도 없는 친일과 반일 프레임 속에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조 수석은 페이스북에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비방 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는 몰라도 무도하다”고 했으며 철이 지난 친일파 공격으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촉발된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극명하게 분열하여 일본과 강대강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한국당을 친일로 낙인을 찍고, 이러한 분열은 아베를 돕는 것이라며 친일파가 범한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고 한다. 한국당 나경원 대표는 북한팔이를 하던 정권이 이제는 일본팔이를 한다며 무능과 무책임을 친일 프레임으로 덮으려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야가 국민이 고스란히 받는 경제적 고통을 외면하고 국민들을 친일과 반일로 분열시켜 내년 총선에 이용하려는 작태가 한심하기까지 하다.

이런 한국의 경제적 비상사태를 맞아 일본대학의 여교수가 동료 한국인 여교수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었다. 한국에 잠시 나와 있는 동료 한국인 여교수에게 보낸 편지라는데 일본 현지분위기를 현장감 있게 전하여 일본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어 참조가 된다. 한국인들이 이 국난을 슬기롭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일본 내에서도 날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고 일본의 무역규제는 단순한 수출규제가 아니라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인들 가운데 다수는 아베총리의 과감한 수출규제는 트럼프의 협조 하에 진행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 후 재일동포사업가는 불시에 은행으로부터 원금 회수 독촉을 받고 있고, 한국인 친구교수에게 다음 학기 수업이 취소되었음을 알리며, 재외 동포들이 중요 직책에서 좌천되고 그룹에서 배제되는 일이 있다며 한국이 이번에 빠져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며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위기에 대처하는 긴장감이 부족하다며 일본은 이번에 큰 그림을 갖고, 치밀한 계략 속에 한국무너뜨리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썼다. 집요한 일본의 치밀한 책략 앞에 한국인은 절대로 안일하고 무사태평하게 대처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번 경제전쟁은 국가흥망의 문제가 달렸다고 하며 만약 무대책으로 고집을 부리면 한국은 경제적으로 초토화 될 것이라는 말까지 한 편지였다.

이러한 심각한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전쟁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틈에 희한한 사건이 터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이어도 북서방 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동시에 진입한 사건이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7분간 영공을 침범하며 42분간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우리 공군기가 출격해 360여발의 공고사격을 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하여 일본 정부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러시아 군용기가 다케시마 주변에서 비행하고 한국군이 경고사격을 했다며 이에 일본자위대도 긴급 발진을 하였고 한국과 러시아 양국에 이를 엄중히 항의했다는 웃기는 보도가 나왔다. 독도가 자기들 땅이라며 “일본영토에서 이런 행위 못 받아 드린다”고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했다니 主客(주객)이 顚倒(전도)된 語不成說(어불성설) 망언이다.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의 조선침략 역사를 되새기며, 경제전쟁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영해를 침공 한 사건으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일관계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만 외친다고 될 일은 아니고 어떻게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의 안보를 지킬 것인지 지도자는 명쾌한 답을 제시하여 국민들의 불안을 말끔하게 해소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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