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는 검찰의 중립성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들은 줄줄이 퇴직하거나 좌천됐고,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 검사들은 요직에 등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청와대든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엄정하게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았는데 역시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현 정권도 ‘코드 인사’로 검찰 중립성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한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안동지청장으로 좌천되자 사표를 냈다. 그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란 믿음이 엷어졌다”며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상관인 권순철 차장검사도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나자 사표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을 수사해 기소한 김범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서울고검으로 전보됐다. 현 정권이 ‘불편해하는’ 수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길들이기 인사’ ‘편가르기 인사’란 비판이 거센 가운데 검사 40여명이 줄사표를 낼 만큼 동요하고 있다.

반면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며 전 정권 ‘적폐 수사’를 주도한 부장검사들은 서울중앙지검 1, 2, 3차장 등 요직을 차지했다. 공안 검사들이 주로 맡던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같은 청 신봉수 특수1부장이 발탁됐다.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을 기소한 검사도 검찰을 떠났다. ‘특수통’들이 공안 분야까지 꿰차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오죽하면 “공안 분야의 맥이 끊어질 지경”이란 소리가 나올까. 민노총 등 강성 노조의 무법천지 행태를 엄정하게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 우려스럽다.

검찰은 인사에 유독 민감한 집단이다. 한 차장검사가 “인사는 메시지”라는 글을 남기고 사표를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검찰 중립성은 존재의 본령이다. 중립성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정권의 ‘코드 인사’를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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