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은 나락으로 치닫는 우리 경제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생산은 두 달째 전월대비 감소세를 이어갔고, 소비 감소폭(-1.6%)은 9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산업의 허리인 제조업 붕괴 현상이다. 기업이 정상 조업 환경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을 뜻하는 제조업 생산능력은 101.3으로 작년 동기보다 1.2% 줄어 여섯 분기 연속하락 행진을 했다. 197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1970년대 오일 쇼크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제조업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전례 없는 제조업 위기는 척박한 기업 환경과 소비 부진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설비투자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소득주도성장 등 반기업 정책과 거미줄처럼 얽힌 각종 규제가 주된 요인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여파로 소득·소비 부진에 따른 판매 위축이 더해져 기업의 생산이 주는 악순환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6월 산업활동동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한·일 갈등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앞으로 제조업 침체는 가속화할 것이다. 더구나 국내 간판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마저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정부부터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하지만 여전히 반기업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제 정부가 입법예고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제화된다면 그나마 남아 있던 기업 투자의지마저 날아갈 판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찬반 투표를 통해 8년 연속 파업 돌입을 가결했다. 악성 규제가 건재하고 강성 노조들이 머리띠를 둘러매는 판국에 어떤 기업이 투자의 보따리를 풀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전자·반도체·조선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 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 경쟁력 제고는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처럼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는 지경이라면 그것이 가능할 리 만무하다. 정부는 반기업 정책을 접고 기업 투자를 끌어올릴 대책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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