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내세워 노동관계법 개정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는 오늘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포함하는 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실업자·해고자라도 노동조합의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노조의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이 삭제되고, 퇴직 공무원·교원·소방공무원·대학교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된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이번 개정은 ILO 협약 제29호·제87호·제98호를 비준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ILO 협약 비준동의안과 함께 관련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우려가 쏟아진다. 강성 노조에 휘둘려 파업이 일상화된 산업 현장은 ‘노조 천국’으로 변하게 생겼다.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만 봐도 그렇다. 불법 노동행위로 해고된 조합원이 버젓이 노조활동을 하는 사태는 피할 수 없다.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둔 법외노조 전교조부터 합법화된다.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는 노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돈 걱정할 것 없이 노조활동을 하라는 것에 진배없다. 관리직 공무원의 노조 가입조차 허용함으로써 정부 정책도 노조에 휘둘릴 소지가 크다. 이번 법률 개정은 그야말로 ‘친노조 정책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정부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친노동 법률 개정에 매달리는가. 경제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에 멍든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마저 겹쳐 기업은 생존을 담보하기 힘든 지경으로 내몰리는 판이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쏟아도 모자랄 상황이다. 경영계의 말 한마디 듣지 않고 파국을 부르는 법률 개정에 나섰으니 정부에 경제를 살릴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노동 관련법 개정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 회생의 희망이라도 걸어볼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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