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반짝 성장’을 기록한 경제 성적표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1.1%를 나타냈다.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내막을 따져보면 ‘속 빈 강정’이나 진배없다. 우선 2분기 성장은 -0.4%까지 추락한 1분기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민간의 활력이 떨어진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1분기 0.1%포인트였던 민간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2분기 -0.2%포인트로 추락했다. 반면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6%포인트에서 2분기 1.3%포인트로 급반전했다. 민간의 성장은 뒷걸음질하고 정부 재정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부 재정집행은 상반기 목표 61%를 웃돈 65.4%에 달했다.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을 맞고 있다. 생산·소비·투자가 깊은 잠에 빠진 상황에서 수출마저 곤두박질친다. 수출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13.6%나 줄면서 8개월째 감소세를 예약한 상태다. 세계 10대 수출국의 올해 1∼4월 수출 실적을 비교했더니 한국이 가장 가파르게 떨어졌다는 통계까지 제시된 마당이다. 더구나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우리의 주력 기업들이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등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제 난국을 돌파하자면 정부의 재정 지출만으로는 어림없다. 민간의 경쟁력과 투자를 끌어올리는 길이 최선이다.

정부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대기업의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계속돼온 대기업 증세 기조가 감세로 돌아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시적인 대증요법으로는 기업 투자를 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친노동으로 맞춰진 정책 방향을 친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한상의가 정부에 규제개혁 리스트를 제출한 것만도 39번이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발목이 묶인 처지다. 이런 과제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겨야 기업 경쟁력이 살고 투자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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