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을 기존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뺐다. 정부가 12일 내놓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정치적 이유로 경제 보복을 단행 중인 일본에 대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성격이 강하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단행한 일본과는 더 이상 무역에서 공조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분위기다.

정부는 일본을 기존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상응 조치가 아닌 “제도 운영상의 문제를 시정한 것이고, 국내·국제법적으로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무역분쟁에 대해 국제사회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입장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여하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은 한국에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다. 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를 지키기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정부는 산업계 충격을 최소화하고 소재·부품·장비의 탈일본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 수출구조의 취약점인 ‘가마우지 경제’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등의 소재·부품 원천기술국인 일본에 이득을 빼앗기는 구조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군은 한·일관계를 감안해 미뤄온 독도방어훈련을 이달 중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병대 상륙 등 훈련 수위가 공세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거센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검토 입장을 전달했다. 자칫하면 우리 안보에 자해행위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철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일 간 말폭탄 강도는 갈수록 세져 우려스럽다. 사토 마사히사 일본 외무성 부상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도둑이 뻔뻔하게 군다’(적반하장)는 품위 없는 말을 쓰는 것은 무례하다”고 하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일본의 무도함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느낌이 든다”고 맞받아쳤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부했듯 감정은 접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마땅하다.

물론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집중 육성해 탈일본 계기로 삼는 것이다. ‘제2의 광복’이다. 당·정·청은 소재·부품의 수요·공급기업에 대해 자금·세제의 패키지 지원을 하고, 내년에 일본 경제보복 대응 예산을 1조원 이상 반영키로 했다. 아울러 소재·부품 전문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대상을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확대하고 상시법으로 전환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총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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