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1%대 경제성장률 전망이 쏟아진다. 블룸버그가 국내외 42개 기관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지난달 평균 2.1%에서 이달에는 2.0%로 떨어졌다. 11곳은 1%대로 점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5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떨어뜨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수출, 투자의 흐름이 부진하다”며 다섯 달째 ‘경기부진’ 판단을 내렸다. 부진 판단이 이처럼 장기간 이어지기는 처음이다.

경제지표를 보면 ‘날개 없는 추락’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6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은 1.1%로 더 커진다. 설비투자는 0.4% 늘었지만 5월 7.1%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다. 내수경기를 가늠하는 잣대인 소매판매는 1.6% 감소했다. 7월에 11%에 달한 수출 감소폭은 8월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생산·투자·소비·수출 어느 것 하나 적색 아닌 것이 없다. 국내 자동차 3사의 생산능력이 올 상반기 16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은 경기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런 마당에 세계경제에도 ‘R의 공포’가 엄습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14일 2년물 금리를 밑돌아 장·단기 금리가 12년여 만에 역전했다.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은 1955년 이후 아홉 번으로, 6∼24개월 뒤에 경기침체가 닥쳤다고 한다. 지난주 세계 주가 폭락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에다 홍콩 시위 사태까지 악화되면 어떤 파국적인 상황이 초래될지 불문가지다.

이런 지경이라면 정부는 만사 제쳐두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옳다. 하지만 경제사령탑은 보이지 않고, 어찌 경제를 살릴지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외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는 엉뚱한 말을 했다. 이런 안이한 인식으로 ‘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겠는가. 지금은 소득주도성장이나 평화경제 구호를 외칠 때가 아니다. 친기업 정책으로 투자환경을 개선해 산업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파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사령탑은 실종되고 경제 살릴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한다면 파국을 어찌 피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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