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지소미아(GSOMIA ;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한·일간 외교마찰로 인한 신뢰훼손을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내용을 보고받고 협정 파기를 재가함으로 연장되지 못하고 완전 파기되었다. 지소미아는 연일 미사일 발사로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을 견제하는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 같은 협정이었다. 이 정부 들어 대법원이 일제의 강제징용자 배상 소송에 손을 들어 줌으로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키며 수출규제로 한국과 첨예한 경제전쟁으로 비화하여 외교마찰을 빚고 드디어 우리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까지 나오면서 한·미·일 안보체제가 근간부터 삐걱거리게 되었다. 이번의 협상파기로 가장 놀란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안보의 축으로 생각하여 자국의 국방장관을 통해 지소미아 연장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었다.

충격에 빠진 미국을 의식한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결정 직후 미국에 이해를 구했고 미국도 이해를 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매우 실망스럽다”, “한·일 양국이 신속히 이견을 해소하길 희망한다”고 했으며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파기결정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미 국무부는 우리 언론에 보낸 파기논평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이 결정이 한미동맹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왔다”라고 밝혔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미국이 이해했다고 설명한 것과 관련해 “거짓말(lie)”이라며 “명확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충격적 사실을 토로하고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집단 안보에 헌신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측 실망은 당연하다”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의 브리핑에서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 희망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면서 한·미·일 3각 안보체계가 심하게 도처에서 흔들거리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 후 북한이 한·미·일 대응체제를 시험하고 3각 안보의 간극을 벌리기 위한 도발이 먹혀들고 있다. 북한이 24일 함경남도 선덕에서 한·미·일 3각 안보의 빈틈을 노려 동해상으로 신형 대구경 방사포 2발을 시험 발사했지만, 한·일간 공조는 실종되었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경쟁하듯이 발사 상황을 발표하면서 누가 더 정보력이 있나 공방까지 벌렸다. 한술 더 떠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라면서 김정은의 도발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며 “김정은은 미사일테스트를 좋아한다”며 북이 어떤 합의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일본 아베의 “유엔결의 위반”이라는 말과 엇가며 북한 편을 들어주듯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는 기괴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미동맹에 금이 가는 소리같이 들리며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이렇게 북한은 지소미아가 파기되자마자 곧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였다. 한·미·일 3각 안보체제가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지도하에 발사판 4개를 장착하여 새롭게 연구개발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고 기고만장이다. 미국이 자국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뒷짐을 지고 있을 때 북한은 9차례의 대형 방사포 시험에 성공하고 그 거대한 위력에 놀라며 기쁨에 박수를 치고 “적대세력 위협공세에 대응하여 무기개발을 다그치라”고 산 돼지머리를 곧추세우고 앙천대소(仰天大笑)하였다.

문제는 한미동맹이다. 트럼프가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말이 심상치 않다. 지소미아 파기로 미국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한 한국정부가 어떤 값을 지불할지 지켜보겠다는 소리로 들리며, 한국의 파기결정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출한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문제와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방위비를 요청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의 요구에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에 대해 부정적 행동으로 나오면 동맹관계에 큰 긴장상태가 생기게 되고 동맹관계가 손상되면 한국은 어찌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정치문제에 몰두하여 대의를 저버리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을 망치는 우(愚)를 절대로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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