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헌법 하에서 건전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가가 맞는가? 왜 같은 국가체제 하의 여당과 야당이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법에도 없는 기자간담회로 국회의 본분과 사명을 스스로 저버리고 볼썽사납게 인사청문회를 웃기는 코미디로 만들었는지 국민들은 황당하고 기가 차다.

지금 대한민국에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틀인 삼권분립제도가 확립되어, 입법, 사법, 행정부가 상호 권력을 견제하고 국가의 한 축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하에서 국회가 여야로 양분되어 의원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고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눈이 어두워’ 사리사욕과 정략에만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 행정부의 시녀노릇이나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최고의 법인 자유헌법 하에서 국가를 어떻게 더 국민이 잘살고 그 생명과 재산을 지켜 평화롭게 살아가게 하고자 서로 정책으로 경쟁하고 머리를 맞대고 골몰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는 자유에 걸 맞는 여러 정치적 욕구에 따라 정당을 만들고 국가에서 정당운영보조금으로 국고에서 수백억씩 국민혈세로 지원을 받고 있지 않는가. 70년간의 발전된 교육 제도 하에서 얼마나 많은 동량들이 널려있는데 여당은 법무장관은 꼭 권력자가 지목한 조국만이 되어야 하고, 야당은 조국의 정말 열거하기도 부끄러운 각양각색의 ‘비리종합세트’를 들추어내어 조국만은 안 된다고 하며 여의도가 온통 조국블랙홀에 빠진 듯하다.

여·야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국회인사청문회 날짜(9/2~3일)를 잡아놓고 다 지나가기도 전인 2일 오후 3시반에 국회에 나온 조국 후보자가 정식 청문회 대신 기자간담회 형식의 이른바 ‘셀프 청문회’를 열었다. 국회가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하고 청문회에 나올 증인 채택과정에서 조 후보자 가족증인 채택문제로 실랑이를 하다가 역공을 당하여 야당이 당황하고 결국 증인채택을 철회하였지만 청문회 무산을 선언하면서 언론을 상대로 강연방식의 자기 해명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 4당은 “법치유린이자 국민 무시”라고 반발하며 청문회 일정을 새로 잡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거부했고, 조 후보자가 요구한 기자간담회를 관철시켰다.

정의당 등 야 3당도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어떤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냄새를 풍기며 “청문회 일정은 다시 연기하는 것은 안 된다”고 야당의 요청을 묵살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오전에 개의했지만 일정을 다시 잡는데 실패하고 파행되었다.

집권 여당의 홍익표 수석대변인 등 당직자들이 조 후보자와 사인을 맞추듯 “조 후보자가 간담회를 하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며 “국민청문회가 아닌 기자들 누구나 질의할 수 있는 간담회 형식”이라며 기자간담회를 밀어붙였다. 일반인이 기자간담회를 위해 사용한 사례가 없는 국회본청 246호에서 이미 대한민국 정부의 법무장관 예우를 받는 듯 단상에 앉은 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거치며 온갖 비리에 대한 해명성 회견을 하였고 사회를 당 수석대변인인 재선의 홍 의원이 기립상태로 진행하였다니 의원의 자존감을 스스로 구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조국 후보자는 3일 새벽 2시까지 11시간 동안 계속된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몰랐다”는 취지의 답변이 50 차례도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르쇠 해명은 뻔뻔한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하물며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1년간 800여만 원의 장학금을 받은데 대해서도 “누가 장학금을 신청했는지 모른다”는 황당한 답변에 질문한 기자도 웃음이 났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런 식의 셀프간담회는 국회를 무력화시킨 것”이며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와 국민을 능멸하는 행위”라며 “조 후보자의 오만함에 들러리를 서는 민주당과 청와대가 한탄스럽다”고 개탄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동남아 3국 순방 중에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6일까지 재송부 해달라고 하여 조국 후보자 임명수순에 들어갔다. 야당은 이에 대해 증인을 부르는 데 5일의 기간이 필요한데 3일만 주고 보고서 송부를 요청한 것은 청문회를 열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초법적 군주라도 되는 양 국민과 국회를 능멸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쓴 소리를 하였다.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 만들기에 초법적인 발상으로 국회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검증절차를 대체하는 것은 앞으로 국회인사청문회법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다.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거쳐 하루라도 열수 있기를 바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각본대로 조국을 임명한다면 국민적 공분에 휩싸여 심한 경우 권력누수의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거짓말하는 법무장관을 누가 믿고 따라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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