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선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121일 만에 법사위로 넘어가게 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은 “게임의 룰을 날치기 처리한 민주주의의 폭거”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국당은 선거법 강행 처리에 맞서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검토 중이다. 어제도 국회 상임위 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속출했다.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의원 정수는 현행대로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 225명과 비례대표 의원 75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지역구 의석이 28석 줄고, 비례대표 의석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개정 선거법을 적용해 2016년 20대 총선 결과를 새롭게 셈하면 당시 123석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107석으로 16석 감소한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은 122석에서 13석 줄어 109석이 된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22석, 8석이 증가한다고 한다. 선거제 개혁은 정치권이나 정치학자들 사이에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승자독식형인 소선거구 중심의 현행 선거제는 당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사표가 많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여당 주도하에 선거법 개정안을 다수결로 처리한 처사는 아쉽다. 국정을 책임진 여권은 선거법 일방 처리로 빚어질 후폭풍도 생각해야 한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당내 의견이 상당함에도 정의당·민주평화당 등과 공동 전선을 이어가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범여 과반 의석을 목표로 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논란을 빚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거취를 놓고 정의당의 지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많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은 여야 합의 처리가 민주화 이후 확립된 전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 합의 처리하려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국당도 그동안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시간만 질질 끈 채 무성의로 일관한 면이 없지 않다. 이제는 명분 약한 지연술을 그만두고 선거법 개정 협상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여야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선거제를 개선하고, 선거구 획정 등 총선일정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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