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시름이 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8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6% 줄었다고 밝혔다. 9개월째 감소세인 데다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다. 반도체가 30.7%나 줄고 석유화학·석유제품 등 주력품목 대부분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중국 수출은 21.4%, 대미국 수출은 6.7% 감소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수출의 대중, 대미 의존도는 작년 기준 26.8%, 12.1%에 달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이 이리 쪼그라들면 우리 경제의 살길은 막막해진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부쩍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어제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또 25%의 관세를 적용했던 2500억달러어치 제품에 대해 내달부터 30% 관세를 부과한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 750억달러어치의 상품에 대해 최대 10%의 관세 부과로 맞불을 질렀다. 중국 인민일보는 “관세 몽둥이로 중국의 발전을 막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중 무역분쟁이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져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미·중 무역협상 재개 전망도 어둡다. 일본의 수출규제도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복병이다.

정부는 암울한 경제현실을 바로 보고 비상한 각오로 위기 타개에 나서야 한다.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치겠다고 빚을 내 돈을 푸는 건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 부담은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경제 파급 효과도 크지 않다.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혁파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득주도성장 등 전반적인 정책기조를 성찰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기업들의 규제개혁 체감도가 94.1로 작년보다 3.1포인트 낮아졌다고 한다. 규제개혁 성과와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겉돌고 기업들 사이에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해 기업가 정신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일도 시급하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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