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달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주한미군 기지 26곳의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용산기지 반환 절차는 금년 내 개시하고, 기지 반환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원주·부평·동두천 지역 4개 기지는 최대한 조기 반환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NSC를 개최해 미군기지 조기 반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한·미 갈등과 무관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반환이 예정된 미군기지 80개 중 54개가 반환됐고 26개가 남았는데 진행돼 오던 것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재고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한 데 대한 맞대응 카드로 미군기지 조기 반환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기적으로 외교부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실망 표명 자제를 요청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게 해석할 소지가 충분하다. 청와대가 최근 “동맹보다는 국익이 우선”이라고 한 점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번 일로 한·미 갈등이 더욱 증폭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미가 용산 미군기지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를 2021년까지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키로 한 것도 우려스럽다. 문재인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사 이전은 양국이 합의한 사항이지만 한·미동맹의 심장부인 한미연합사의 주둔 장소 변경은 유사시 연합방위태세에 우려를 갖게 한다. 우리가 대북 감시·정찰 등 안보태세의 상당부분을 미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북핵 폐기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또한 껄끄럽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한·미동맹의 이완이나 균열의 징후로 여겨질 수 있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하지만 동맹 간 신뢰에 흠집을 내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한·미동맹 복원과 강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