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했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투표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56.4%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어제 밝혔다. 파업 없이 임단협에 합의한 것은 8년 만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경제보복 등 대외 악재로 시름 깊은 한국경제에 모처럼 단비가 내린 셈이다. 현대차 파업은 해마다 치러지는 통과의례였다. 최근 3년만 봐도 임단협 때마다 파업이 평균 17일간 이어졌고 8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임단협 타결이 최대 6000억원의 영업이익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한다.

노사가 경제난국 극복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사는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하청업체와 협력해 차량용 부품·소재산업 국산화를 이뤄 대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게 선언문의 골자다.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고도 경제난을 감안해 파업을 두 차례 유보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현대차 노사가 분규 없는 임단협 타결과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을 결단했다”며 “성숙한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자동차산업 전반과 국민경제에 긍정적 의미가 있다”며 환영했다.

현대차는 노사 간 분쟁의 불씨였던 임금체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노사는 두 달에 한 번씩 지급해온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대신 조합원들에게 근속 기간별로 격려금을 주기로 합의했다. 오랫동안 현대차를 괴롭혔던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과 최저임금 위반 문제가 해소된 것이다.

무분규 임단협 타결만으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차·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의 출현으로 격변기를 맞고 있다. 미국 GM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미래차를 중심으로 생산체제·인력 재편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현대차가 고질적인 고비용·저생산 구조를 깨지 않고는 뒤처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 관행부터 탈피해야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대차는 이번 임단협 타결을 성숙한 노사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사가 통 큰 합의로 손을 맞잡은 현대차의 사례가 산업 전반에 퍼지길 바란다. 경제 난국에 노사가 힘을 모으지 않고는 살길이 없다. 정부도 노동유연성 확대 등 노동개혁에 적극 나서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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