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공포가 한국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시설 두 곳이 14일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췄다.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는다고 한다.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 세계 산유량의 5%가량에 해당한다. 예멘 후티 반군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으나 미국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란이 순항미사일도 쐈다는 주장까지 등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고 군사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유가가 폭등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어제 국제 원유시장에서 장 초반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20% 가까이 치솟았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격도 10% 이상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승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설복구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우디 폭격 피해가 석유업계에 ‘9·11테러’와 맞먹는 타격을 가해 1973년, 1978년에 이은 ‘3차 오일쇼크’로 비화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다행히 현재로서는 원유수급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사우디가 세계 여러 곳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해둬 시설 가동중단에 따른 부족분을 메울 수 있고 세계적으로도 재고가 넉넉하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정유업계와의 긴급회의에서 “당장 원유수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사우디 테러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우리는 한 해 원유 수입량의 30%가량을 사우디에서, 80%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중동에서 대규모 군사충돌이 벌어진다면 에너지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다급한 처지에 몰릴 수 있다.

국제유가 급등은 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켜 물가가 들썩이게 되고 생산과 수출, 소비도 덩달아 위축된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형악재가 꼬리를 물어 우리 경제가 침체에 허덕이는 판이다. 저성장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국제정세와 원유수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체수입선 확보와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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