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조국(曺國) 후폭풍에 성난, 삭발 민심이 출렁이고 급기야 검찰이 법무장관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예년에는 태풍이 올라오다 일본 쪽으로 소멸하더니 올해는 연이어 한반도의 서쪽과 동쪽을 강타하여 많은 시름을 국민에게 안기고 갔다. 태풍이 한반도를 무자비하게 강타하고 사라진 자리에 북한에서 유입이 예측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 파주를 넘어 수도권까지 퍼지며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치명적인 가축전염병은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급성의 경우 1~4일 만에 100% 폐사가 된다고 하니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의 산적한 문제를 뒤로하고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 현지시각으로 9월 23일 뉴욕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65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였다. 두 정상은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대북제재유지에 대한 원론적 입장만을 재확인하였을 뿐 핵심적인 내용에는 알맹이가 없이 얼버무린 흔적이 확연하다. 먼저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회동에 대해 “행동으로 평화를 보여준 세계사적인 장면”이라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세계사적인 업적이 될 것”이라고 하였지만 “북·미간 실무협상이 조기에 개최되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실제적인 실무협상의 시기와 방법 등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하고 비무장지대에 유엔기구 등이 설치되면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것”이라는 허망하고 국민에게 뜬구름 잡는 말로 들렸으며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미국이 반대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등 한·미동맹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다. 또한 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의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판하지 않고 단거리 미사일을 10발 이상 쏘아대며 우리나라를 위협했는데도 작년 9.19 군사합의 이후 단 한 건의 위반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북한 핵과 인권문제는 비판하지 못하고 평화와 대화만을 강조하여 전문가들의 “국제사회의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적인 생각” “53번씩이나 평화만을 강조하다 보니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언급하지 않고 군사합의의 자화자찬만을 강조하며 ‘희망적 사고’를 나열했다”는 비판을 자초하였다. “국민들이 아직도 아리송한 ‘평화경제’를 강조하며 남북경제협력을 역설하였지만 대북경협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전제로 하여 이룰 수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된 존 볼턴 신임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시간을 끌면서 ICBM (대륙간 핵탄도미사일)을 고도화 할 가능성에 경계하고 북한이 협상을 시간벌기 전술에 이용하는 것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고, 존 볼턴은 ‘선 핵폐기, 후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주장했다. 또한 부시대통령 당시 입안된 북핵 폐기 해별방식인 CVID (Complete, Very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원칙하에 핵을 폐기하면, 이후에 철저히 검증하여 미·북 수교 등을 고려해 보겠다고 하였다. 존 볼턴이 없는 백악관에서는 CVID는 이제 들어볼 수도 없게 되었다.

북한은 대미 협상에서 언제나 전제 조건으로 체제 안전보장과 군사적 위협의 해소를 들었다. 그러나 이 조건을 미국이 수용할리도 만무하다.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상종할 수 없는 집단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기독교 국가로서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기도하는 국가이고 북한은 기독교를 말살하고 무신론인 공산주의 이념으로서 복음이 전파된 평양의 모든 교회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주석궁을 짓고 도처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동상 3만 개를 세운 소위 백두혈통이란 우상숭배 3대 세습 전체주의 집단이다.

북한은 상대국을 분열시키고 이간을 획책하는 어두운 이념의 추종세력이다. 선대의 유훈이란 김일성이 말한 비핵화 발언을 뜻하는 것으로 과거 주한미군의 전술핵 철수를 의미한다. 이런 북한의 기만적 술책을 그대로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미국까지 가서 북·미 대화 견인에 써먹다니 한심한 생각이다. 이 김일성이 말한 ‘비핵화 유훈’이란 ‘미군의 전술핵 철수’를 뜻한 것이었다.

북의 핵무장이 용인되거나, 미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을 제어하는 수준에서 ‘북의 단계적 조치’ 제안을 수용하고, 대북제재를 풀어주고 평화협정으로 북의 체제를 인정한다면 한국은 최악의 국가안보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북·미회담의 결렬이든 타결이든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행될 것이고, 두 길의 어떤 상황에도 대한민국은 철저한 안보태세를 세우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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