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9월 들어 20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8%나 감소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을 따져도 10.3% 줄었다.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는 확실시된다. 주력 상품 수출은 더욱 가파르게 줄었다. 반도체 39.8%, 석유제품 20.4%, 승용차는 16.6% 감소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수출은 지난해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후 갈수록 감소폭이 커져 8월에는 -24.5%에 이르렀다. 주요 수출대상 지역치고 이달 들어 감소하지 않은 곳이 없다. 중국 29.8%, 미국 20.7%, 일본 13.5%, 유럽연합(EU)은 12.9% 줄었다. 온통 수출전선 붕괴를 알리는 적신호뿐이다.

수출 위축은 세계경제 침체를 배경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심하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분기 수출 감소폭은 전년동기 대비 -8.6%로, G20(주요 20개국) 중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컸다. 호주 등 4개국의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고 미국과 무역분쟁 중인 중국의 수출 감소폭이 -1%에 머문 것과 비교해도 흐름은 우려스럽다. 반도체 불황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대외경쟁력이 약화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기여도는 60%를 웃돈다. 수출이 무너지면 경제가 회복될 턱이 없다. 그 결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2.1%로, 세계 평균 성장률 2.9%에 크게 못 미친다. 수출도, 성장도 낙제국가로 변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 경쟁력을 되살릴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좀먹는 악성 규제를 철폐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반기업 규제를 양산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정부는 오는 12월 임금분포공시제를 시행하기로 한 데 이어 채용공고 시 임금조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직자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임금을 올리라”는 압박 조치다. 고임금을 주지 못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또 하나의 ‘임금 충격’이 밀어닥치게 생겼다. 노사갈등, 노노갈등이 전면화할 소지도 크다. 이런 친노동·반기업 정책에 매달리면서 수출 회복을 기대하는가. 정부는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부터 철폐해야 한다. 그것이 수출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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