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정하기 위한 한·미 협상이 오늘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제임스 디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양국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은 미국이 노골적으로 분담금 대폭 증액 압박을 예고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탓에 인상 폭을 둘러싸고 양국 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미국이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가이드라인(지침)을 만든 이후 첫 번째 협상이라는 점도 긴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운용하는 직간접 비용으로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 안팎이 든다면서 한국이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1조389억원의 5배 넘는 수준을 부담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이 부유한 나라들을 군사적으로 방어하고도 대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가끔은 동맹국이 미국을 더 나쁘게 대한다”고 주장하는 등 분담금 인상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 뉴욕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원칙을 천명한 상태다.

북핵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우리 안보를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가 주한미군 유지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나친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 주한미군 주둔이 한국의 안보만을 위한 것이 아닌 만큼 한국의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을 넘어서선 안된다. 미 의회에서조차 분담금 5배 증액 요구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지난 20일 “미국이 한국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예외가 돼야지 원칙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하듯 경제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동맹을 돈으로 평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과도한 청구서를 내미는 일을 삼가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합리적인 선에서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동맹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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