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경기도 파주시(17일), 연천군(18일), 김포시(23일)에 이어 24일 파주시와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돈농가에서도 또다시 ASF 확진판정이 나왔다. 강화군 양돈농가는 ASF 중점관리지역인 파주시·연천군·김포시·포천시·동두천시·철원군 등 6개 시·군 이외 지역이다. 초동대처 미흡으로 방역망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국 축산농가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ASF 잠복기가 최장 19일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초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문제는 ASF 발병 일주일이 되도록 바이러스 유입경로조차 찾지 못한 것이다. ASF는 돼지에게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이거나 농장 관계자가 ASF 발생국을 다녀온 경우, 야생 멧돼지 등이 바이러스를 옮길 때 전염된다. 하지만 확진판정을 받은 파주·연천·김포의 농가들은 이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ASF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발병 원인과 경로를 알지 못하니 효과적인 방역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ASF가 임진강변 등 접경지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북한에서 유입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ASF로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유입경로 파악이야말로 ASF 퇴치작전의 승부처임을 명심하고 총력을 기울여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김포 농가 돼지들은 지난 20일 채혈정밀검사에서 ASF ‘음성’으로 판정됐는데도 3일 뒤 ‘양성’이 나왔다. 차단방역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니 방역 당국의 정밀검사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농림축산식품부는 ASF 잠복기 초기에는 채혈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또 농장의 돼지 샘플을 뽑아서 조사했기 때문에 샘플 외 개체에서 감염이 확인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수조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샘플조사를 하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

방역 당국은 ASF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부실한 방역보다는 과잉 방역이 더 낫다”며 “매뉴얼을 지나칠 만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방역망을 더욱 두껍고 촘촘하게 치는 것이 급선무다. ASF의 대규모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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