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명이 입원 중이던 김포요양병원에서 엊그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소방 당국은 병원 측이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중환자들에게 산소를 수동으로 공급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10명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60∼90대 중환자들이라 집중치료실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변을 당했다. 이 집중치료실은 불법으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시 병원 곳곳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인 것이다. 얼마나 희생을 더 치러야 안전의식이 높아질지 답답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인 화재방지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방 당국은 스프링클러가 고장 난 상태였다고 추정했다. 전기와 물이 끊기더라도 불이 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게 정상이다. 더구나 이 병원은 2017년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2년간 매년 두 차례 진행된 소방 점검에서 매번 ‘스프링클러 불량’ 통보를 받았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화염과 연기를 막는 방화벽도 설치되지 않았다. 2014년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 때 스프링클러 없는 의료시설의 위험을 목격하고도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아닌가.

이 요양병원은 지난해 11월 부천소방서 등이 실시한 화재안전 특별조사 때 19건의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화재에 대비한 유도등이 부족하고 방화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으며, 병원 내 콘센트 접지가 불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3년간 자체 종합점검에서도 자동 화재속보설비 연동불량 등 26건의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문재인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해왔다. 지난해 1월 밀양요양병원 화재 등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다중위험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닮은꼴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고령과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입원한 요양병원은 불이 나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그만큼 소방시설을 확충하고 안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당국은 화재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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