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무역개발보고서 2019’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0.7%포인트나 떨어진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7% 이후 가장 낮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내년에는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침체 바람이 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감세효과가 사라지고, 중국의 성장세는 꺾이면서 침체가 전 세계로 번진다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시퍼렇게 멍들게 생겼다. 세계 수요가 줄면 수출 엔진은 식을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 2.2% 달성도 녹록지 않다”며 “무역분쟁,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연내 글로벌 경기흐름이 반등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하강 국면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본다. ‘1%대 성장’을 점치는 곳도 이미 수두룩하다. 이달 들어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낮췄고 투자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는 1.0%, ING그룹은 1.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경제 충격은 이미 표면화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 상반기 10대 그룹 상장사 96개사의 영업이익은 24조953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1.3% 감소했다. 미래도 밝지 않다. 한경연에 따르면 철강·디스플레이·자동차·선박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9개 주력업종의 기술경쟁력은 5년 후 중국에 턱밑까지 추격당할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 우리나라의 59.6%에 지나지 않던 중국의 9개 업종 기술경쟁력이 지난 6월 말 79.8%로 올라선 데 이어 2024년 89.1% 수준까지 따라온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중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 현안에 입을 다물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달리면서 친노동·반기업 규제를 쏟아낸다. 이를 피해 기업 투자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올 2분기 해외직접투자(FDI)는 150억1000만달러로 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판에 무엇으로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이제라도 정책기조를 바꾸고 실질적인 산업·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나라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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