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최근 위성방송에 출연해 한·일 갈등에 대해 “한국도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일본은 손을 내밀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할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더 어른이 되어 한국이 하고 싶은 말도 잘 듣고 대응할 정도의 도량이 없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한국의 대화 요청에 막무가내로 거부하던 종전의 강경태도와 결이 다르다.

그제도 한·일 당국자들 사이에 덕담이 오갔다. 아카바 가즈요시 일본 국토교통상은 도쿄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한국은 일본에 문화를 전해 준 은인의 나라”라며 “일반인의 민간교류가 활발하다면 양국의 우호관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내년 도쿄에서 지구촌 최대 행사인 하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린다”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양국 모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갈등 관계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기업과 관광·항공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 얼마 전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양국 재계인사 300여명은 “경제와 정치·외교 전반에서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며 세계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기업들 사이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관표 주일 대사도 “이런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다”며 “언젠가는 개선해야 할 관계라면 빨리 개선하는 게 양국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제 양국이 서둘러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일본이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22일 예정된 일왕 즉위식에 우리 정부 인사가 참석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국무부도 “한·일 양국이 과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양국 갈등 해소를 위해 물밑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면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는 방안을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정부도 일왕 즉위식을 계기 삼아 관계복원을 위한 외교적 대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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