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공공기관의 정규직(일반직) 전환자 총 3048명 중 333명(11%)이 재직자와 4촌 이내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약 15%인 192명이 재직자의 친·인척이었다. 여기에 자회사 재직자와 최근 10년간 전적자(퇴직 후 위탁업체 등에 취업한 사람), 최근 3년간 퇴직자까지 포함하면 이들과 친·인척 관계인 정규직 전환자는 19.1%(246명)에 달한다. 다른 기관의 경우 정규직 전환자 중 재직자 친·인척 비율이 인천국제공항공사 33.3%(2명), 한국토지주택공사 6.9%(93명), 한전KPS주식회사 16.3%(39명), 한국산업인력공단 4.3%(7명)였다.

공공기관 재직자의 친·인척이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2017년 이후 정부와 서울시의 노동정책에 편승해 별다른 평가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친·인척의 추천으로 면접만 거쳐 채용되는 등 불공정한 경로를 통해 입사한 사람까지 불투명하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 3604명의 채용 과정을 점검한 결과 773명은 채용 관련 서류가 없어 채용방식 확인 자체가 불가능했고 40명은 공개경쟁 없이 비공개로 채용됐다. 2016년 구의역 사고수습 대책에 따라, 위탁업체 직원 직접 채용 계획을 미리 알고 청탁을 통해 위탁업체에 부당 채용됐던 서울교통공사 임직원 친·인척 등 14명도 무기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간부는 비정규직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친동생에게 최고점을 줬다고 한다.

현대판 음서제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벌백계로 불공정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비정규직 채용 절차의 투명화, 정규직 전환 절차의 합리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국민권익위와 노동부도 어제 비리 연루자 엄정 처벌 등 신속한 후속조치를 다짐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채용비리 발생 원인을 분석해 분야별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세습과 채용 비리는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병폐여서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취업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대다수 2030세대에게 불신과 좌절감을 안겨 주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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