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돌로메의 밤

정성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l승인2019.10.11l수정2019.10.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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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구 목사

2009년, 불란서 파리의 <예수마을>에 한국교회 여러 선교단체들의 여름 수련회가 열렸다. 그 해는 칼빈 탄생 500주년의 해로서, 세계 각국교회에서 칼빈 탄생 500주년을 기념해서 여러 모양으로 종교개혁 곧 교회개혁의 의미를 되새기는 모임이 많았다. 나는 그 해 참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국내에 여러 교회와 신학대학에서 특강을 했고, 필리핀의 장로회신학대학에 특강, 몽고의 울란바토르 신학교 특강, 그리고 미국 시카고의 한인교회 연합회에서 칼빈과 칼빈주의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그러다가 칼빈의 고국 불란서 파리에 특강 차 오게 되었다.

불란서에 머물고 있는 한국 목사 한 분이 파리의 근교의 한적한 마을, 낡은 농장건물을 수리해서 <예수마을>이라는 수양관을 만들고 제 1회 유럽선교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 수양회에 한국을 비롯해서 유럽과 파리의 복음적 신앙을 가진 한국청년들과 목회자들이 몰려왔다. 약 100여명의 지도자들이 모여 아프리카의 불어권 지역에 어떻게 선교할 것인지를 발표했고, 나는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칼빈의 사상과 삶, 그리고 종교개혁의 의미, 칼빈주의 사상 등을 두 번에 걸쳐서 강의를 했었다.

나는 이 강의에서 특별히 1572년 8월 24일 성 바돌로메 축제일에 있었던 로마카톨릭의 위그노파 대학살에 대해서 큰 소리로 고함치며 강의했다. 즉 칼빈은 불란서가 낳은 위대한 교회개혁자로서 1536년 27세의 나이에 불후의 명작 「기독교 강요」를 출판했지만, 도리어 불란서는 칼빈에게 사형언도를 내렸고, 칼빈은 도피처로 스위스 제네바로 피난 갔었다. 그런데 불란서에서는 칼빈의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 그의 사상을 따르는 무리들이 많았다. 그들을 가르쳐서 위그노파(Huguenote)라고 한다. 위그노파 성도들은 로마카톨릭 교회의 거짓된 교리와 타락에 항거하고 개혁자 칼빈의 신앙을 추종하였고, 점점 그 숫자가 많아졌다. 그 중에 위그노파의 총지도자는 해군제독이면서 장로였던 콜리니 장군이었다. 콜리니 장군과 위그노들은 부패한 불란서 왕실과 카톨릭의 저항세력이었다.

1572년 8월 24일 이른바 성 바돌로메(St. Bartholomew’s day) 축제일 밤에 카톨릭의 위그노 대 학살 작전이 계획되었다. 생제르망 더 프레 성당의 종이 울리고, 위그노파 성도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는 시점에 로마 카톨릭의 전위부대인 이그나시우스 로욜라(Ignatius Loyola)가 만든 예수회(Jesuit)행동대원을 앞세워 콜리니 장군(Gaspard de Coligny)을 체포해서 그의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어 성당 창문에 걸고, 예수회의 악한 무리들이 그날 모인 위그노파의 목을 치거나, 배를 가르거나 해서 그날 밤에만 3,000 여명을 살해했다. 말 그대로 파리의 세느강을 피로 물들였다. 교회 역사뿐 아니라 세계사에 이 같은 비극은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이었다. 그 후에도 약 4개월동안 불란서 모든 지역에 7만 명의 위그노 성도들이 살해되었다. 로마 카톨릭이 공개적이고 계획적으로 칼빈의 신앙을 따르는 개혁주의자들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다.

나는 이 대목을 강의하면서 벼락같이 고함치며, 불란서 카톨릭이 아직도 이 악행을 회개치 않고 역사에 묻어 둔다면 하나님의 진노와 징계가 있을 것이라고 외쳤다. 그런데 내 강의를 몰래 통역을 통해 들었던 불란서 신부님 한 분이 있었다. 마지막 날 그는 강의대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 「여러분, 저는 추기경도 아니고, 불란서를 대표할 만 한 신부도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 때 청중의 앞줄에 앉었던 나는 강의대 앞으로 나가서 기도했다. 「전능하나님 우리 아버지, 이들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 프로테스탄트의 죄도, 한국 교회의 죄도 용서해 주십시오. 개혁주의자들이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리라 하고 그 카톨릭에서 나왔으나, 우리 한국교회는 지금 성경대로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라 피데(Sola Fide), 오직 믿음으로 산다고 카톨릭의 행위구원을 성토하고 나왔지만, 실제로 우리 한국교회는 믿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솔라 그라티아(Sola Gratia), 오직 은혜로 구원 받는다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아무 감격이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Soli Deo Gloria)을 부르짖었으나, 실제로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을 짓밟고 사람의 영광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의 죄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내 기도가 끝나자 성령의 강한 역사가 일어났고, 온 회중은 여기저기 울부짖는 통회와 자복이 일어났다. 나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교회 목사님들은 칼빈주의자들인 위그노의 순교, 이 역사적 사건을 모르기도 하고,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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