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대학입시와 관련해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의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 말이다. “11월 중 국민이 납득할 만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을 언급한 지 사흘 만에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대폭 확대하라는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2학년도 대입부터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이 확대되고, 고교 서열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는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조국 사태’로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커진 점을 의식해 교육제도 개선을 서두르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교육은 지금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대입제도부터 공정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입시 문제는 학생·교사·학부모·교육기관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고난도 방정식이다. 섣불리 손댈 일이 아니다. 대입 전형 및 학생 선발은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시 비중까지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정시 확대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상충될 뿐만 아니라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가 마련한 정책과도 배치된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해놓고 이제 와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육제도 손질을 지시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대입 불신의 원인을 ‘서울 상위권 대학’에 돌린 것도 문제다. 대입제도가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교육당국의 자성이 선행돼야 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들 대학 탓을 했다.

국민이 문재인정부의 공정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대입제도의 문제 탓이 아니다. 딸의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이를 제도적 문제로 물타기하려는 문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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