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를 외쳤던 문재인정부에서 비정규직이 폭증하고 정규직은 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748만1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86만7000명이나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보다 3.4%포인트 높은 36.4%까지 치솟았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와 비중은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35만3000명 준 1307만8000명에 그쳤다.

고용의 질을 악화시킨 주범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잘못된 고용정책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다보니 취업난이 심화됐고, 이에 정부가 노인·청년 알바 같은 단기 일자리를 만들면서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실제로 8월 60세 이상 고령층과 20대 청년층에서 비정규직이 각각 28만9000명, 23만8000명 늘었다. 고령층 비정규직은 193만8000명으로 전체의 25.4%에 달했다. 더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더 커졌고, 비정규직의 취업시간은 줄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친노동 정책이 시장을 왜곡하고 부작용만 양산한 셈이다.

미증유의 고용 참사가 발생했다면 조속히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에 나서야 옳다. 정부와 여당은 거꾸로 한다. 고용 사정이 어렵지만 고용의 질은 나아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보다 오히려 세계에서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소득 여건과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은 야당 리스크”라고 남 탓을 했다. 어제 통계청 수치를 놓고도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책임을 딴 곳으로 돌렸다. 조사 방식 변경에 따른 착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비정규직 증가 규모가 최소 36만명에 이른다. 전년 비정규직 증가(3만6000명)보다 10배나 많은 수치다.

이런 고용 성적표는 반기업 정책이 초래한 ‘일자리 참사’임에 분명하다. 정부는 보고 싶은 것만 봐선 안 된다. 세금을 뿌려 만든 비정규직 일자리를 보고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면 고용의 먹구름은 영원히 걷히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을 노인 알바로 채우고 싶지 않다면 암담한 고용 현실부터 똑바로 봐야 한다. 진단이 정확해야 기업 투자를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 쇄신이 가능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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