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에 어김없이 단풍이 물든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이면 찾아가는 곳이 강화도이다. 먹을거리와 볼거리뿐만 아니라 강화도는 오늘 우리나라의 존재를 되새기는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광성보에서 붉게 물든 단풍과 바다가 어우러진 서해를 내려다보며, 지금으로부터 148년 전인 1871년 (고종 8년)에 일어난 신미양요를 떠올려본다. 이때로부터 5년 전인 1866년 제너럴셔먼호 사건이 원인이 되어 미국이 대포 85문을 탑재한 군함 5척과 육·해군 1,230명의 군대로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대한 응징과 조선과의 통상을 목적으로 조선을 침략한 사건이다.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영해침범을 경고하고 철수를 요구하며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 광성진이다. 이 전투에서 30분 만에 이하응의 군대는 궤멸 되었고 대패하였다. 대포와 소총으로 무장한 적에 돌멩이나 던지고 모래를 뿌렸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대원군은 겨우 총알을 막는다고 고안해 낸 것이 11겹의 옷을 껴입으라고 했다니 소위 방탄조끼의 발상이 실소를 머금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안보는 참으로 중차대하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보지 않았는가. 병자호란에 인조가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찧으며 수모를 당하고, 배달민족의 아녀자들이 중국인의 땅에 끌려가 무슨 능욕을 당했는가.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적이 열두 번이나 쏘아 올리며 미사일과 방사포 시험을 하는데 "뭔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고 그 제원이나 계산이나 하고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북한의 눈치나 살피는 꼴이 우습지 않은가.

참으로 한심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의 한 축을 맡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 미사일 위중한 위협 아니다”라며 북한을 감싸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으니 정말 한심한 작태가 아닌가. 이런 수준의 안보관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국민은 불안하다. 스스로 자신의 행태를 돌아보고 옷 벗고 낙향하던지 낚시를 가든지 하라는 불안한 국민의 들끓는 외침을 귀담아듣기 바란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을 당한 와중에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면서 올해 들어 12번째 ‘미사일 도발’을 저질렀는데, 청와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은 “북한이 개발하는 미사일 능력은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대통령의 상중에 발사는 예의가 아니지 않냐는 여당 의원 질문에도 “사실상 청와대로 복귀하고 난 다음에 발사됐다”고 장례절차를 마쳤으니까 예의가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코미디 같은 답을 하였다.

특히 우방인 미국(동맹에 대한 위협)과 일본(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도 중대한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일제히 일본의 미군 공군기지에 미사일 대피경보가 울렸으며 기지의 군인들이 방공호에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위협적인 방사포의 1차 공격대상인 한국의 안보를 책임진 안보실장의 입에서 위협이 아니라면서 우방들과 현격한 입장 차를 드러내고, 한술 더 떠 “양적으로 질적으로 우리 미사일 능력이 북한보다 훨씬 우세하다”며 북한보다 적지 않게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며 적을 편 들고 감싸는 실로 여적죄에 해당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와 문 정부의 안보 관계자들이 “우리도 미사일 실험을 자주 하니 북한을 비난할 수 없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다고 하는 순간 우리도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참으로 황당한, 적을 두둔하는 발언에 국민은 의아한 눈으로 보고 걱정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 주기 바란다. 정 실장은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감싸고 들더니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며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을 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문 정부의 최대실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이러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상하(上下)관계가 됐다는 말까지 떠도는 것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국정원 감사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이런 정의용 실장에 대한 여러 여적의 의혹을 불식시키는 발언으로 국민은 다소 안도하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안보가 삐걱거리는 소리는 아직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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