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구 목사

2013년 12월, 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 갔었다. 나는 오래 전에 화란서 신학공부를 할 때 남아공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 그 친구들은 영어와 아프리칸스를 자유자제로 말했고, 특히 인종차별 정책(Apartheid)에 대해서 흑백간에 민감했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유럽이었고, 특히 개혁주의 신학(Reformed Theology)이 발전된 나라여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총신대학교회에서 함께 동역하던 김경열 선교사의 초청으로 우리 내외는 먼 길을 가게 되었다. 거기서 스케쥴은 김경열 박사가 주도하는 목회자 재교육 프로그램인 ABBA의 졸업식 설교, 선교사들이 세운 남아공 현지교회에 설교하고, 한인교회 설교, 그리고 남아공의 전통적 개혁신학대학들, 예컨대 쁘레또리아 신학대학, 스텔렌보쉬 신학대학, 포체스트롬 신학대학 등을 방문하고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어서 참으로 즐거웠다.

교수들과의 만남은 영어보다는 화란어가 더 좋았다. 왜냐하면 아프리칸스는 화란어와 사촌 정도되는 언어로서 서로가 소통이 되는 언어였기에 아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로 함께 대화를 나누는 듯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아공에 도착하고 몇 일 후 남아공은 국상이 났다. 그 해 12월 5일 남아공의 대통령이었고, 노벨 평화상을 받은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가 서거했다. 우리시대는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 사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세상 뜨기 전에 나는 만델라가 27년 동안 감옥살이 했던 로벤섬 교도소를 가보았다. 넬슨 만델라는 죄수번호 46664를 달고 27년간 감옥살이를 하면서 자유의 그날을 바라보며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그 작은 철창 속에서 윗몸 일으키기, 팔 굽혀 펴기를 하면서 몸을 단련했다. 결국 그는 71세에 출옥했고, 드디어 인종차별을 종식하는 흑인 첫 번 대통령이 되었다. 국민들은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면, 정적들을 처단하고 적폐청산의 명분으로 복수할 줄 알았지만, 그러나 그는 흑백 모두를 껴안고 화해와 평화의 정치를 했다. 온 세계는 만델라에게 감격과 감사, 경의를 표하였다. 만델라는 개혁교회 성도는 아니지만 남아프리카 토착기독교의 신실한 성도였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용서와 사랑을 실천했다. 27년간 자기를 옥에 가두었던 정적들, 그리고 인종차별 정책을 썼던 백인들을 용서하므로, 오히려 자기와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무안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다.

만델라로 말미암아 남아공에 평화가 온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노벨 평화상이 수여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금세기의 위대한 자유와 평화의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서거했다는 소식이 메스컴을 통해 알려지자 전세계의 모든 대통령들과 왕들, 그리고 수상들이 남아프리카로 조문사절을 보내었다. 섭섭하게도 당시 우리나라는 국무총리를 조문사절단으로 보냈지만, 격이 떨어진데다가 세계를 잘 모르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내가 10여일 머무는 동안은 남아공은 나라의 지도자를 잃은 슬픔으로 무거웠다. 그런데 내가 보고 깨달은 것은 만델라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조문하는 행렬이 곳곳에 수 백미터로 줄을 섰고, 3시간, 4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엄숙하게 기다렸다. 왜냐하면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그 나라의 <마디바>였기 때문이었다. <마디바>란 뜻은 <(Madiba)존경하는 어른>이란 뜻이다. 나도 용기를 내어 그 틈에 끼어서 조문을 하려고 했으나, 3시간 이상을 인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장이 끝난 그 이튿날 가까스로 대통령궁을 방문하고, 방명록에 서명하고 조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는 정치가도 많고, 학자들도 많은데 <마디바> 곧, 존경 받는 어른이 없다. 나는 넬슨 만델라의 삶을 회고하면서 우리나라의 국부이신 이승만 박사를 생각해 보았다. 둘 다 종신형을 받았고, 둘 다 평생을 <자유를 위한 머나먼 여정>을 걸어온 사람. 만델라는 91세, 이승만 박사는 95세를 살면서 이 나라를 자유의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작들의 악선전과 반대파들의 비열하고 폄하시키는 운동을 통해서 이승만 대통령을 하와이 망명지에서 숨지게 하고 한국의 <마디바>를 만들지 못하게 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넬슨 만델라를 조문하고 오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대한민국의 <마디바>를 다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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