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임기 반환점까지 여태껏 겉돌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지역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서울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이 대상에 올랐다. 분양가 상한제가 4년7개월 만에 부활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택지비·건축비에 적정 이윤을 보탠 가격을 산정한 뒤 그 이하로만 주택을 분양할 수 있다. 아파트 당첨자에게는 5∼10년에 걸친 전매 제한과 2∼3년의 실거주 의무가 주어진다. 일반 아파트는 8일부터,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내년 4월29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한 단지에 적용된다. 서울의 330개 단지, 30만 가구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다. 서울 강남권에선 3.3㎡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국토부는 “지난 1년간 서울의 분양가가 집값보다 4배 이상 올랐다”고 규제 이유를 밝혔다.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배제한 채 정부가 직접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은 극약처방에 가깝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저금리와 재정 방출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의 측면이 강하다. 일부 투기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흐름을 배경으로 한다. 분양가를 낮춘다고 집값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동 단위로 규제함으로써 기존 아파트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분양가 규제로 주택공급은 더욱 위축되고, 공급 축소가 다시 집값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로또 아파트’를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부는 “그래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규제가 규제를 부르는 ‘규제 블랙홀’ 사태가 벌어질 판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정부 스스로 총선을 앞두고 집값 불안을 부추기는 선심성 부실 정책을 쏟아낸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도 느닷없이 재원 대책도 없는 수도권 광역교통망을 발표하고, 대입 정시비율도 높인다고 했다. 이로 인해 집값은 또 들썩인다. 전방위 효과 하나 따져보지 않은 채 쏟아낸 부실 정책으로 뛰는 집값을 미시적인 규제로 잡겠다는 것인가. 규제 일변도 정책은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고 온갖 부작용을 낳는다. 침체 늪에 빠진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도 자명하다. 정부는 규제를 외치기 전에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실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집 없는 서민도 불안감을 달랠 수 있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