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

정세민 기자l승인2019.11.08l수정2019.11.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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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민 기자

드디어 정부가 교육을 포기했다. 지난 1974년 고교평준화가 실시 된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보인 대한민국 청소년의 학습능력은 이제 바닥을 치게 생겼다. 정부는 고교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없앤다고 하지만 사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한심하다 못해 끔찍한 일이다.

지금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황폐하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교사를 무시한 채 자든지 딴짓을 하든지 이미 공교육은 붕괴해 있다. 그나마 사립학교 가운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아이들이 성과를 올리면서 미래의 리더로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겨우 자리를 잡아가던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이고 대입수학능력시험 비중을 늘리겠다고 나서더니 이제는 아예 공부하는 아이들을 방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연 이 정부는 언제까지 대한민국을 혼란 속에 소용돌이치게 할 것인가? 학력고사의 폐단을 보완하고자 도입한 시험이 수능이었고, 수능의 반시대성 반창의성을 개선하고자 학종이 도입됐는데 이제 와 학종이 고교서열화에 악용된다며 수능을 늘리겠다고 한다. 여기서 한술 더 떠 고교평준화 전면 확대를 통해 고교서열화를 없애겠다고 달려든다.

이 정권은 박정희 대통령이라면 악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 박정희 대통령이 잘못한 정책 가운데 하나인 고교평준화를 지독하게 고집하는 건 대체 왜일까?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그렇게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를 닮았단 말인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를 없애면서 이들과 대화 한번 없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특목고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물론 특목고가 고교서열화를 조장하고,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점은 시정 해야 한다. 교육에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계속 지적해 왔던 점이고, 이런 수월성 교육이 부의 세습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은 정확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특목고 폐지, 고교평준화 전면 확대라는 하향평준화의 길을 걸을 것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라는 상향평준화의 길을 선택해야 교육이 살아나지 않겠는가? 1974년 고교평준화 실시 당시 서울 강북에 있는 명문고들을 강남으로 내려보내 소위 뺑뺑이로 학생들을 선발하면서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경험을 이 정권은 왜 일부러 잊으려 하는가?

프랑스는 68혁명 이후 대학을 평준화하면서 세계적으로 명망 있던 대학들이 형편없이 수준이 낮아져 해마다 발표되는 세계대학순위에서 한참 아래로 떨어져 있다. 당시 대학평준화의 의도는 순수하고 올바르게 보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교육을 빙자한 특권층 형성과 유지, 세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중세부터 내려오던 찬란한 프랑스의 대학교육은 점점 질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나 이 정권은 대학마저 평준화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서울대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려면 전국의 대학을 평준화하자거나 국립대만이라도 먼저 평준화하자고 달려들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런 주장은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잠시 꼬리를 감추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교육이 방향감각을 잃은 채 표류하는 근본 원인은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학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학은 한국에서 사회적 신분을 좌우하는 문제이기에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가? 교육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너무 당연해도 전혀 실행하지 않는 격언이다. 교육의 목적은 오직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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