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재정적자 사태가 벌어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26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도 57조원 적자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정부의 기존 재정수지 전망치는 모두 빗나갔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올해 통합재정수지 1조원 흑자, 관리재정수지 42조3000억원 적자를 예상했다. 8월에 수정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올해 통합재정수지 6조5000억원 흑자, 관리재정수지 37조600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재정이 이런 엉터리 전망 아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재정수지 적자가 커진 것은 재정 수입은 감소하는데 지출만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1∼9월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5조6000억원 줄었다. 경제난으로 소득세·법인세가 대폭 감소한 탓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출을 무려 40조9000억원이나 늘렸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재정으로 떠받친다는 명분 아래 돈을 뿌린 결과 재정이 적자의 늪에 빠진 것이다.

수입이 적으면 아껴 써야 한다. 형편을 꼼꼼히 따져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금 정부의 재정 운용은 혈세를 뿌리고 보자는 식이다. 그제도 정부·여당은 올해 재정집행률을 중앙재정은 97%, 지방재정은 90% 이상을 쓰라고 목표를 정해 압박했다. 12일에는 14개 광역시도지사 등이 참여하는 연석회의까지 열어 재정 방출을 독려한다고 한다. 될 법이나 한 일인가.

재정적자가 나랏빚을 늘릴 것은 자명한 이치다. 중앙정부 국가채무는 9월 말 694조4000억원에 달했다.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앞으로 40조원 이상 더 불어나 연말에는 74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빚은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한다. 이런 몰염치가 또 어디 있겠는가.

사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성적은 참담하다. 투자·수출·내수·고용 등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것이 확실시된다. 민간 부문 정규직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일자리 정부’ 구호 속에 비정규직만 87만명 늘었다. 이런 경제정책 실패를 혈세 살포로 분식하겠다는 것인가.

재정은 경제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재정이 곪아 든다는 것은 경제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혈세와 빚낸 돈을 살포하기 전에 경제난을 불러온 반기업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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