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까지 아흐레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지소미아는 원칙적인 문제”라며 “일본의 경제침탈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소미아는 한·일이 풀어야 할 문제로 한·미동맹과는 전혀 관계없다”면서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일본이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를 강행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정부가 동북아 외교안보 현실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한·미동맹에 금이 가고 있지 않은가.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지난 2개월여 동안 깊은 우려와 실망을 끊임없이 표명해 왔다. 최근에도 미 외교당국자들은 “(지소미아 종료에) 베이징·모스크바·평양이 기뻐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한국에도 유익하다”고 했다. 오는 15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방한하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지소미아 연장을 종용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의 우려는 과장된 게 아니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일 안보협력체계가 흔들릴 것이다. 한국의 외교적 고립은 심화되고 중국·러시아·북한의 군사적 위협 수위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일단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정보 교류를 제한하거나 종료 시점을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실효성 없는 미봉책에 불과할 따름이다. 한·일 갈등을 풀려면 그 도화선인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론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그제 “강제동원이 대법원 판결인데 존중해야 한다. 피해자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외교부는 일본 측과 피해자 보상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간극이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과 성금으로 배상금을 마련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정계 인사들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제 문재인정부는 전체 국익을 염두에 두고 대담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아베 총리도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고 전향적 자세로 관계 복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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