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본격 조사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 후 5년7개월 만이다. 임관혁 특수단장은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며 “마지막 수사가 될 수 있도록 백서를 쓰는 느낌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참사 원인부터 구조 과정의 문제점, 정부 대응과 지휘체계,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방해, 검찰 수사 축소 외압 의혹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했던 검찰이 여야 균형 맞추기 차원에서 조사에 나선 모양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가 이뤄졌고, 특조위 조사는 두 번이나 진행됐다. 국가기관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검찰이 또 특수단을 구성했으니 국민 피로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유족들은 오는 15일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122명을 검찰에 고소·고발할 방침이다. 정부 책임자 9명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법무부 장관)가 포함됐다. 수사 방해 의혹을 받고 있는 황 대표는 특수단 조사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한국당의 반발로 정국 갈등이 증폭될 소지가 충분하다. 수사 장기화와 과잉 수사로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면 검찰은 정치적 중립 시비에 휘말릴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수단은 특조위가 의혹을 제기한 내용부터 수사에 나설 공산이 크다. 특조위는 “해경이 맥박이 남아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도 병원 이송까지 4시간 41분을 지체했고, 오가던 구조헬기는 해경청장이 타고 떠났다”고 밝혀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내 폐쇄회로TV(CCTV) 영상자료 은폐와 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임 단장은 “특조위로부터 세월호 CCTV의 DVR(영상저장녹화장치)를 확보했다”고 했다.

세월호 수사 방해 및 외압 행사 의혹이 있는 법무부·검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도 성역이 없어야 한다.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합동수사본부장을 지냈다. 자기 식구 감싸기 수사로 비친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것이다. 남은 의혹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정치적 갈등을 유발해선 안 된다. 오직 법리와 증거만을 근거로 수사해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정치검찰’ 오명을 다시 뒤집어쓰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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