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낮췄다. 지난 5월 전망치 2.4%보다 0.4%포인트나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3.0%보다는 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그만큼 우리 경제는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 사이에선 올해 1%대 성장 전망이 줄을 잇는다.

고용은 경제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경제가 나쁜데 고용만 좋을 턱이 없다. 그럼에도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고용동향’ 수치는 장밋빛이다.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만9000명 늘고, 전체 실업률은 3.0%로 떨어졌다. 고용률은 61.7%로, 10월 기준으로 23년 만에 최고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시장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잘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통계 내용을 뜯어보면 참담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41만7000명 늘어 3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와 맞먹는다. 세금을 살포해 아르바이트 수준의 노인 단기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취업자 수는 2000명밖에 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간 부문의 고용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무너진 경제’의 실상도 고용통계에 담겨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 취업자는 8만1000명 줄었다. 19개월째 감소세다. 2013년 산업분류 체계를 바꾼 후 최장 기간 마이너스 행진이다. 우리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30대 취업자는 5만명, 40대는 14만6000명이나 감소했다. 경제가 좋다면 제조업과 30·40대의 일자리가 이처럼 급격히 사라질 리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또 14만3000명이나 줄었다.

이런 실상을 놓고도 정부는 위기감을 갖기는커녕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판이니, 무슨 수로 경제가 나아지기를 바라겠는가. 지금의 경제 침몰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제한으로 고비용 구조가 악화되고, 각종 규제로 기업 활력이 떨어진 결과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세금을 살포해 고용통계를 분식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질 리 만무하다. 민생을 걱정하는 정부라면 통계만 분칠해 실정(失政)을 은폐하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라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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