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내년에 무더기로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미·중 분쟁과 중국경제 둔화가 한국의 화학·철강·전자·정보통신 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지속되는 건설업과 민간소비 부진으로 인한 유통업의 침체도 대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사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졌다. 2017년 3.2%에서 2018년 2.7%, 그리고 2019년에는 2.0%대로 추락했다. 경제가 이렇게 부진한 것은 수출부진 때문이다. 2017년만 해도 15.8%나 증가하던 수출(통관기준)이 2018년 5.4%로 떨어졌고, 2019년에는 11월까지 약 10%가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급락했다. 작년 12월 시작해 올해 11월까지 연속 12개월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요즘 수출 감소율이 점차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비관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중 간의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또 중국과 세계경제의 둔화가 심화한다면 2015년과 2016년 19개월 최장기간 수출부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신용등급은 더욱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떨어지게 되면 국가신용등급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미 간의 방위비 협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한두 단계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국내 유입된 외국인투자자금이 점차 빠져나갈 것이고, 국내 시장금리와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다. 이미 미국(1.75%)보다 낮은 국내 기준금리(1.25%)를 감안할 때 외국자금의 경쟁적 해외유출 가능성은 매우 높다.

2019년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 순자산은 4798억달러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 외환보유액이라는 것을 믿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식 4672억달러, 채권 1054억달러로 합계 5726억달러다. 이 금액은 통상 우리나라 대외부채를 계산할 때 제외된다. 만약 외국인이 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해 간다면 약 928억달러가 부족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은행 보유액 4047억달러를 모두 다 지불한다고 해도 모자라고 이에 따라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 남북관계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 일본과의 관계를 특별히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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