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자동 부의 시점이 내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정국이 ‘극적 타협이냐, 파국이냐’의 갈림길에 들어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각 ‘신속처리’와 ‘결사저지’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12월17일까지는 선거법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했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여야가 마주 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 중인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라며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식 엿새째인 어제 민주당 이 대표가 찾아가 단식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지만 황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국당은 황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며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국당이 ‘결사저지’ 입장을 고수하면 물리적 저항이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 수도 있다.

선거법은 게임의 룰인 만큼 여야 합의 처리가 최선이다. 아무리 이해관계가 충돌해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 협상이 이뤄진 적이 없다. 일방적으로 선거 제도가 바뀐다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불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한국당이 끝내 반대하면 민주당은 타협안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면 양쪽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의 부의 시점이 내달 3일인 만큼 여야는 이제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황 대표도 단식을 멈춰야 한다. 단식은 사실상 협상과 절충을 배제한다는 의미다. 선거법과 공수처 문제는 국회에서 협상하고 타협할 일이지, 정권을 상대로 극한투쟁을 벌일 대상이 아니다. 한국당은 ‘지역구 270석, 비례대표 폐지’라는 당론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이제라도 여야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양보할 건 양보하며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어제 문희상 국회의장의 당부에 따라 패스트트랙법안 논의 등을 위해 오늘부터 매일 회동하기로 했으니 실낱같은 기대를 가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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