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방송인 구하라가 그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절친한 사이였던 가수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42일 만이다. 구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침대에 옆으로 누워 있는 사진과 함께 “잘자”라는 마지막 글을 남겼다. 경찰은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집에서 발견됐고 타살 혐의점이 없는 점으로 미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비보를 전하며 ‘K팝 스타들이 온라인 악성 댓글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구씨는 설리처럼 끊임없이 루머와 악성 댓글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9월 헤어진 남자친구와 폭행 및 협박,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루머 등을 이유로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악성 댓글이 급증했다고 한다. 구씨는 남자친구로부터 성관계 동영상 유포 등의 협박을 받은 피해자였지만, 많은 네티즌은 구씨도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유로 함께 비난했다. 구씨는 지난 5월 한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6월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까지 밝히면서 악성 댓글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니 안타까움을 더한다.

인터넷이 개인 일상에 속속들이 파고들면서 악성 댓글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악성 댓글 등에 노출된 연예인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국민 배우’ 최진실이 2008년 악성 루머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해 큰 충격을 줬고, 최근 10여년 사이 배우 이은주·정다빈, 가수 유니·종현 등 여러 연예인이 우울증을 겪다 세상을 떠났다. 익명성 뒤에 숨어 천박한 감정을 마구잡이로 배설해 타인의 인격을 짓밟는 행태는 개인과 사회의 신뢰를 파괴하는 흉악 범죄다. 유명인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스럽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악성댓글 처벌 강화’, ‘인터넷 실명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온다. 악성 댓글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 문제다. 정부는 악성 댓글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인터넷포털, 언론사 사이트,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악성 댓글 문제를 공론화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아이돌 스타가 대중의 시선과 미디어 속에서 소모되는 시스템의 문제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비극을 맞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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