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가 정시 확대로 급선회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서울 16개 대학에 대해 2023학년도까지 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 선발 비중을 전체의 40% 이상으로 늘리도록 한 게 골자다. 수시모집 미달까지 감안하면 정시 비중은 50%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 부정의혹이 불거진 지 100일 만이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학생들이 대입 전형 선택권을 갖도록 (정·수시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했지만, 조국사태로 화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교육계에서는 정시 비중 40%가 2011학년도(39.1%)와 비슷한 점을 들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퇴행시켰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졸속 대책은 탈이 나는 법이다. 정시 확대는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부활시켜 공교육 파행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대신 사교육 시장이 팽창해 학부모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정시가 고소득층 자녀에게 유리한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편 방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의 대입 반영을 점진적으로 줄여 2024학년도 대입부터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학종 불신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교사마다 학생부 작성 수준이 다르다는 게 불신의 원인인데 관련 대책은 ‘연수 확대’뿐이다.

입시제도 변경이 너무 잦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나왔고 얼마 전 2025년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한다는 방침이 발표됐다. 중고생 거의 전부가 매년 다른 입시를 치러야 할 판이다. 현재 고3 학생은 수시 확대와 정시 축소(7.7대 2.3)로 확정된 대입제도를 적용받고, 고2 학생은 개정 교육과정을 거치고도 현재 수능체제로 입시를 치른다. 고1은 정시 30% 적용을 받게 된다. 학생부 기재항목도 현 고2∼3 학생과 중3∼고1 학생이 다르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맞춰 새로운 수능 개편안이 2021년 발표돼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된다. 이쯤 되면 입시제도가 ‘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누더기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변석개로 변하는 대입 전형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겐 재앙이다. 정부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잦은 제도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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