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난 10월14일 조국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문 대통령이 판사 출신의 5선 의원을 지명한 것은 중단없는 검찰개혁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추 후보자에 대해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추 후보자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지명 의도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장관에 임명되면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추 후보자 지명에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으로 청와대와 검찰의 날선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검찰을 견제하려는 의중도 읽힌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발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좌불안석이다. 유 전 부시장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청와대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다음날 추 후보자를 서둘러 지명한 것만 봐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강성’ 장관을 통해 검찰 장악력을 높이려는 카드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

법무부와 검찰 간 긴장관계는 불가피하겠지만 추 후보자는 검찰개혁과 검찰 수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을 과도하게 행사할 경우 ‘수사 방해’라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내년 2월 정기인사를 앞당겨 김 전 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 등의 수사팀과 지휘라인을 물갈이한다면 검찰의 반발을 불러 자칫 ‘검란’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책무는 법치를 바로 세우고 사회정의를 수호하는 일이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외풍을 막아주는 게 기본 업무 아닌가. 이를 망각하고 청와대를 비호하면서 검찰수사에 대한 개입을 시도한다면 민심의 역풍을 부를 것이다. 추 후보자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오해받을 일을 해선 안 된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법무부 공보 훈령은 언론의 취재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만큼 이것부터 폐기하기 바란다. 언론의 감시기능이 무력화돼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깜깜이’로 진행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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