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오는 16일 3년 만에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에 이은 후속조치다. 이달 하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이번 국장급 정책대화에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등 수출규제 문제가 집중 논의된다.

양국은 대화를 통해 수출통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증진될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이번 정책대화가 결실을 보려면 일본의 경제보복을 촉발했던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꽉 막힌 한·일관계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든 게 자명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1+1+α’ 안이 강제동원 배상문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안은 양국 기업 기부금(1+1)과 국민 성금(α)으로 ‘기억·화해·미래 재단’을 설립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또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문 의장은 여야 의원 10명과 다음 주 중 특별법 형태로 법안을 공동 발의한다.

국회의장실은 최근 설명회에서 “강제동원 피해 문제를 실질적으로 보상하고,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했다. 기업·민간 성금으로 배상이 아닌 위자료 등을 지급하는 만큼 일본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와무라 다케오 일본 중의원 의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이라고 했다.

낙관하기는 이르다. 12개국 43개 시민단체는 엊그제 공동성명에서 “강제동원·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와 같은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정치적·외교적 입장에 근거해 위로금만 지급하려는 것”이라며 문희상 안의 폐기를 주장했다. 일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기업과 시민의 돈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문희상 안이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전제로 한다지만 일본이 과연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를 할지도 불투명하다.

한·일 갈등으로 양국 모두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안보이익도 훼손되고 있는 만큼 양국 관계 악화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설득해 이해를 구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일본도 수출규제 철회와 강제동원 해법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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