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 요청으로 오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 회의를 연다.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이 안보리 카드로 응수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북한 관련 안보리 소집은 2017년 1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대북 제재 결의 2397호 채택을 주도한 이후 2년 만이다.

비핵화 협상의 ‘새 해법’을 놓고 설전을 벌이던 북·미가 ‘행동 대 행동’으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 우려를 낳는다. 미국이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논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 사태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ICBM 시험발사를 하면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도 담겨있다.

미국은 북한의 ‘나쁜 행동’을 눈감아주는 안이한 대북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켰음을 자성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임에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해왔다. 미 재무부가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북한 인사들을 제재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언급하며 격노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러다가 미국이 뒷북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올수록 북·미 대치는 치킨게임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북한이 ‘새 길’을 선택한다면 미국은 안보리 대북 제재 강화로 맞설 것이다. 대북 유류 공급과 북한 해외노동자를 더 줄이고 북한 선박 검색 강도를 높일 것이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관광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2019년은 우리 조국과 혁명 앞에 엄혹한 도전이 가로놓였던 시련의 해”라며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는 우리식 사회주의 존립의 기초이고 영원한 생명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보리가 대북 제재 강도를 높이면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돌파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긴장 고조와 강경 대치는 북한에게 심각한 악수가 될 것이다. 양보 없는 기싸움으로 협상판을 깨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속히 복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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