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가 걸린 신산업이 규제의 덫에 갇힌 신세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일명 ‘타다 금지법’이 대표적이다. 타다는 외국의 우버처럼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표심을 의식한 정부·여당 주도로 자동차 공유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이 이미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다. 타다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비판한 것처럼 150년 전 자동차 보급을 가로막은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런 ‘붉은 깃발’은 요즘 국내 신산업 분야에 넘쳐난다. ‘다자요’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다. 다자요는 농어촌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난해 4월 선보였다. 빈집을 무료로 장기 임대해 여행자들에게 빌려주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주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늘어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도 내는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농어촌 민박은 사람이 거주해야 한다는 해묵은 규정에 덜미가 잡혔다. 또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마크로젠은 고혈압 등 13개 질환 발병 가능성을 유전자 검사로 알아보는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의사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밀려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포털 네이버가 국내 규제를 피해 핀테크(IT금융) 거점을 일본으로 옮긴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정부가 선정한 9대 선도산업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핀테크, 드론 등 4개 산업의 규제 실태를 조사했더니 대못 규제, 중복 규제 등이 많았다고 한다. 상당수 신산업이 복합규제에 막혀 있고, 융복합 신산업의 경우 기존 산업이 받는 규제 2∼3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경쟁국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니는 마당에 한국만 발목이 묶인 형국이다. 자칫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낙오될 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네거티브제도로 전환하고 규제의 벽을 과감히 허물어 우리 인공지능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은 말로만 되지 않는다. 범정부적으로 힘을 결집해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하루빨리 규제개혁 컨트롤타워를 세워 난마처럼 얽힌 규제의 사슬을 풀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만큼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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