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또 내놓았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초고가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9억원 이상인 주택의 경우 9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한 LTV(담보인정비율)를 40%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도 더 무겁게 매기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도 확대했다. 서울 13개구의 전체 동과 노원·동대문 등 5개구의 37개 동, 경기도 과천·하남·광명의 13개 동이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됐다. 돈줄을 막고 보유세를 중과하고 분양가를 억눌러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집값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책도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된 ‘규제 일변도’ 정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추진된 17차례의 대책은 줄줄이 실패했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보다 규제로 공급량을 오히려 줄였기 때문이다. ‘초고강도’로 평가받은 분양가 상한제만 해도 그렇다. 분양가를 억눌러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서울·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가파르게 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2018년 9·13 대책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24주째 올랐다. 일부 지역에선 ‘평당 1억원 시대’까지 열렸다. 오름세는 수도권으로 번진다.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공급량을 줄여 집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실제 주택 공급의 통로인 재건축·재개발은 전면 중단되다시피 했다.
최근 집값 상승은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한다. 시중 부동자금은 1200조원을 넘는다.

저금리 정책이 침체된 경제를 살리려면 풀린 돈이 기업 쪽으로 흘러들어야 한다. 실상은 정반대다. 반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이 멍든 상황에서 시중자금은 부동산 쪽으로만 유입된다. 증시가 싸늘한데 반해 집값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택 공급량 감소는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다. ‘집값 폭등’은 경제를 정상 작동시키지 못한 거시경제정책과 부동산 규제의 합작품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책은 또 하나의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과열의 중심에는 투기적 성격이 강한 고가주택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하기에 앞서 투기적인 현상을 낳은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시장원리를 외면한 채 ‘투기와의 전쟁’만 외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정책이다. 정부가 반기업 정책을 청산하고 시장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때 집값은 안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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