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일지에서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시장 출마 요청을 했고, 그 후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를 ‘교통정리’하려 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발견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연루 정황이 처음 나온 것으로,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당 경선부터 관여하고, 청와대 참모들이 도왔다면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명시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다.

송 부시장의 2017년 10월13일 업무일지에는 ‘비서실장 요청’이란 제목으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권유로 송 시장이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적이 있어 ‘면목이 없지만’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 시장은 울산지역 시장·국회의원 선거에서 8번이나 떨어졌다. 메모에는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인 ‘A(○○발전), B(자리 요구)’라고 돼 있고, ‘B씨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 등의 내용도 있다고 한다. 이 업무일지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청와대가 경찰청에 내려 보낸 첩보 문건에 송 부시장의 제보 내용 외에 ‘비리 죄명’ ‘법정형’ ‘징역 몇 년 형’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송 부시장의 첫 제보 문건에는 처벌 조항과 관련된 문구가 없다. 청와대가 첩보를 가공해 수사 대상자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제시한 것이란 의혹을 살 만하다. 검찰은 어제 국무총리 비서실을 압수수색해 이 첩보를 생산·가공한 혐의를 받는 문모 사무관의 업무 관련 기록과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5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김기현 비리 첩보를 수집하지 않았고 하명수사도 없었다”고 했지만,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개입’을 주도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고 특별검사 도입을 당론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송 시장이 민주당에서 전략 공천 받은 뒤 청와대가 상대 후보 수사를 지시하고 송 시장 공약까지 지원했는지를 서둘러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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