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부는 “2019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에게 오는 4월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을 사전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무급휴직은 시행 60일 전 통보해야 한다는 미국 법에 따른 조치라고 주한미군 측은 설명했다.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상황에 따라 무급휴직 가능성이 거론된 전례는 있지만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통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직원들의 고용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와 임금을 지불하는 데 드는 자금을 곧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제11차 SMA 협상이 2월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재정이 소진돼 한국인 직원에 대한 강제 무급휴직 실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한국인 직원 인건비는 SMA 이행 약정에 따라 1년 중 25%에 해당하는 3개월치는 미국이 지불하고 9개월치는 한국 정부가 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부각해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조속한 협상 타결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파트너와 동맹, 특히 부유한 국가에 상당한 부담을 공유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정부의 방위비 대폭 인상 요구에 대해 미 의회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상원 외교위와 군사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잭 리드 의원은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동맹을 멀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 요구와 관련해 “한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올해 대선에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성과로 내세우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뒤 한반도 정세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미가 방위비 문제로 얼굴을 붉혀서는 곤란하다. 미국은 과도한 요구를 접고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