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망자가 400여명, 확진자는 2만여명으로 늘었다. 두 달가량 만에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망자 수(349명)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대유행 사태가 임박했다”고 했다. 이런데도 우리나라는 사후 약방문식 방역대책으로 국민의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을 2주 내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어제부터 막고 있지만, 중국 내 후베이성 밖 감염자가 5400여명에 달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너무 늦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봇물을 이룬다. 중국에서 한국에 오는 항공편 승객이 하루 1만2000명가량이다. 중국과 가깝고 인적교류가 많아 우한 폐렴의 ‘최악 위험국’인데도 방역대책은 한가롭기만 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어제 “후베이성은 중국 당국이 해당 지역을 봉쇄한 상태여서 입국 제한의 실효성이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전방위적인 감염원 차단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다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한 폐렴은 감염 경로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우한 폐렴이 분변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고, 독일에선 회복기에 들어가 증상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마당이다. 비말(침방울)과 접촉 말고도 다른 요인에 의해 전파될 수 있어 감염 차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방역당국의 말바꾸기가 불신을 자초한다. 당국은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근거없다”고 일축했다가 말을 바꿔 빈축을 샀다.

2, 3차 감염 속도로 볼 때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질병 수사관’이라 불리는 역학조사관들은 전국적으로 130명에 불과해 현장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역학을 전공한 인력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연간 수백만명이 오가는 한·중·일 3국의 방역 공조도 절실하다. 일본 입국자 1명이 확진을 받은 만큼 환자 정보만큼은 신속하게 공유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감염병에는 과잉 대응이 낫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소극·늑장 대응 구태가 그대로다. 말로는 선제적 대응을 내세워도 다른 나라보다 앞선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방역대책으로는 우한 폐렴을 이길 수 없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