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내수는 물론이고 제조업 등 실물경제 전반에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추면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고 그 충격을 한국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조사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하면 한국은 0.3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조사대상 24개국 중 가장 낙폭이 컸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높다.

중국 당국의 연휴 연장조치 탓에 국내 산업현장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완성차업계에선 현대차·기아차가 중국산 부품 부족으로 일부 차종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에 돌입했다. 쌍용차는 어제부터 일주일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삼성·LG·SK 등은 중국 현지공장 가동 중단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업계도 부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항공 업계에선 중국 노선 100개 중 55개 노선이 잠정 중단됐다고 한다.

내수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국립공원 등 주요 관광지와 유통업계는 물론 도심까지 인파가 줄어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다. 음식·숙박업 피해가 심각하고 테마파크와 스키장 입장객도 2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전남 광주 ‘고싸움놀이’ 축제 등 지방축제가 줄지어 연기되거나 취소돼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외에서는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4% 달성은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이 퍼진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고 국내 증권사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낮추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경제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아직은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현재 경제상황은 실물경제나 금융시스템 차원의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올해 초 긍정적 신호를 보이던 우리 경제와 민생이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외부 탓을 했다. 정부는 작금의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대응체제를 가동할 때다.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등을 검토하고 수출 중견·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손보면서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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