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2·3차 감염자가 속출하고 병원 등의 집단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역사회로의 확산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비상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2015년 병원이 감염의 온상으로 전락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가실 줄 모른다.

태국 여행을 다녀온 40대 여성인 16번 환자의 딸(18번)과 오빠(22번)가 감염된 것은 집단감염 우려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16번 환자는 인대 수술로 입원 중인 딸을 돌보기 위해 광주 21세기병원에 8일간 머물렀고 전남대병원 응급실도 방문했다. 이 환자 접촉자가 340명에 달한다. 광주우편집중국 집배원인 22번 환자도 활동반경이 넓어 접촉자가 200∼300명에 이른다.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17번 환자는 확진 전까지 국내병원 세 곳을 방문해 다른 환자들과 함께 진료를 받았다.

문재인정부는 일본 대형 크루즈선의 무더기 감염자 발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본 보건당국이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 중 의심환자 102명을 검사한 결과 이틀 새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직 171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니 감염자는 더 늘 것이다. 일본 정부는 홍콩에서 내린 홍콩인 감염자를 확인하고도 승객들을 격리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가뜩이나 호화 크루즈선들이 발원지인 중국을 피해 부산 등 국내 기항지로 들어오고 있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시중에는 마스크 사재기까지 기승을 부리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다. 마스크값이 평소보다 7배 이상 치솟고 품귀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마스크 유통·판매와 관련해 “합동단속으로 적발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원칙하에 엄정히 처벌해달라”고 했다. 최근들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뿐 아니라 시민까지 마스크와 손 세정제의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주민은 자율방제단을 만들어 경로당·공원 등을 소독하고 있다고 한다. 우한 폐렴을 극복하려면 이처럼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간의 자발적 협력이 관건이다. 정부는 촘촘한 방역대책과 함께 감염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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