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에 신기원이 마련됐다. 봉준호 감독이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를 거머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거머쥔 것이다.

믿기 힘든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할리우드 밖에서 만든 비(非)영어 영화가 첫 작품상을 받음으로써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64년 만에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수상하고, 아시아 최초로 각본상을 받은 것도 신기록이다. 전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127개 트로피를 들어올린 데 이어 아카데미에서 화룡점정을 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인들에게 아카데미는 우리와 무관한 줄로만 알려졌고, 도저히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이 처음 후보에 오르자마자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한국 영화도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소득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 영화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한꺼번에 보상하는 듯하다.

봉 감독의 손에 만들어진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격차라는 현상을 블랙 코미디 방식으로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 두 가족의 미시적인 이야기에서 담고 있지만, 전 세계가 ‘기생충’에 공감했다. “칸에서의 공식 상영 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와서 다 자국 이야기라고 했다”는 봉 감독의 언급처럼 인류 보편적 주제가 수상의 주요인으로 평가된다.

물론 송강호와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등 맡은 바 역에 충실한 배우들의 열연이 수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홍경표 촬영감독과 이하준 미술감독을 비롯해 아티스트들도 빼놓을 수 없는 공로자들이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에도 큰 성원을 보낸다. 종합예술인 영화 작업을 함께한 이들의 공로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중국의 장이머우(張藝謀)와 같은 아시아의 거장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의 존재를 보이는 대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과제가 적잖다.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커나가려면 다양하고 좋은 영화가 많이 제작돼야 한다. 정부가 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예술인들이 자율성과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과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예술인 고용보험 같은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세계 톱클래스로 올려놓는다면 문화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진정한 국가의 품격은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재인식할 때다. 한국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의 영예를 한국 문화 진흥을 통한 글로벌 한류 파급의 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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