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환경부·농림식품부가 일자리를 공통 주제로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 이후 첫 업무보고다. ‘더 좋은 일자리, 반등을 넘어 체감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일자리에서 반등을 이루며 고용의 양과 질이 뚜렷하게 개선됐다”면서 “올해는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는 해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 각오가 돼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사상 초유의 ‘민간 고용절벽’ 사태에는 눈을 감고 “반등했다”는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것부터 문제다.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해 말 30만명대를 회복했다고 하지만 세금으로 부풀린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60세 이상 취업자 37만7000명, 1∼17시간 단기취업자 30만1000명이 늘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제조업과 30·40대 연령층에선 취업자가 줄고 있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5개월째 감소세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백수다. 이런 현실은 보이지 않는가.

올해 경제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제조업과 수출, 내수는 우한 폐렴 충격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중국의 경제마비 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낮췄다.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5%까지 추락할 것으로 분석하는 기관도 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은 충격이 밀려든다는 얘기다. 당장 수출 적신호가 켜졌다. 2월 수출은 10일까지 하루 평균 3.2% 줄었다. 유통업계는 매출이 크게 줄고, 자영업자들은 폐업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호나 외친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턱이 없다.

지난해에는 국세가 정부 계획보다 1조3000억원이나 덜 걷혀 5년 만에 처음으로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올해에는 세수부족 사태가 더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뿌려 단기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무한정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이 활력을 되찾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정부는 뜬구름 잡는 구호를 외치기 전에 기업 투자를 어찌 꽃피울지를 생각해야 한다. 반기업·친노조 정책을 펴며 재정 만능주의에 매달리면 ‘일자리 증발’은 더욱 중증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