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13명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법무부 내의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묵살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예상된 답안이다. 공소장에 포함된 13명은 형사피고인이기 전에 정권 핵심에서 일한 ‘공인’이다. ‘국민의 알권리’는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가.

추 장관이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겠다”고 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수사검사가 기소에서 배제되고 별도 부서가 자료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정확성과 신속성이 떨어질 게 뻔하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명분 삼아 검찰을 내부통제 대상으로 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추 장관은 “검찰은 조직의 권력의지를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을 수호하고 실현하는 사법적 기관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권력을 겨냥해 수사한 검찰을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뒤엎은 것에 비추어 보면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피고인들의 막말은 강도를 더하고 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은 공소장을 “검찰의 주관적 추측과 예단으로 범벅이 된 검찰 측 의견서”라고 폄하했다. 나아가 줄줄이 4·15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은 더불어민주당 공천 심사를 받았고,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은 출마를 선언했다. 재판을 앞두고 여당에 공천을 압박하는 듯한 행태다. 청와대는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이유 없이 한 달째 거부하고 있다. 검찰 손발을 묶어놓고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 장관 등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식에 총출동했다. 공수처를 정권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뜻 아닌가.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을 가로채 공개를 막은 전례는 없다. 시기의 문제일 뿐 재판 과정에서 혐의는 공개된다. 법무부의 공소장 공개 거부가 총선용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추 장관은 언제까지 개혁과 인권을 빙자해 선거개입 의혹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할 텐가. 그제 전국 검사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해 “검찰총장 지시 사항을 3번이나 거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권력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도 추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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